한얼의 연극 일기

  작성자   : 허승준 (anthro2001@hotmail.com) 추천: 396, 조회: 1347, 줄수: 4, 분류: Etc.
허승준의 연극일기 1
저는 연극에 대해 무지합니다. 다만 내가 연극을 일찍이 접할 기회가 있었다면, 혹시 그것에 매료되어 공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과 학교에서 연극반을 한번 해보면 어땠을까 라는 바람 정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면 지나칠까요? 그러던 중 우연히 신문에서 한얼의 기사를 접하게 되었고, 그 기회로 지난 2월 12일에 '거울인형'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어렵고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시가 여운이 남는 이유는 ‘함축성’이라는 특성 때문인 것처럼, 한얼이 하는 무언극도 그와 같은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연극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인간의 역사와 그들의 욕망’이라는 주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성찰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작가이자 연출가이신 이건동 선생님과 배우들, 그리고 관객들이 한데 어울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이건동 선생님께서는 경쟁과 자본으로 인해 고단한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술까지도 여기에 매몰되어 있는 시점에서, 소극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극단을 꾸려가는 소회(素懷)를 들려주셨습니다. 무대를 넘어 객석까지 다가와 연기하는 바람에 관객들을 놀라게 한 배우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담담한 표정으로 관객들이 미처 모르고 있던 그들의 연기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여기에 저와 같이 알고 찾아오지 않으면 오기 쉽지 않은 연극을 보러 온 다른 관객들도, 진지한 자세와 예리한 질문들로 연극만큼이나 가득차고 따뜻한 시간들을 채워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한얼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한얼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연극에 대한 감상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 글을 끼적였습니다. 마음속에 맺혀있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새벽이 다가올수록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졌지만 지금이 아니면 느낌이 날아가 버릴 것 같아 멈출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편한 마음이라도 조금 덜어보려고 연극보다 한얼 가족에 대해 몇 자 적어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래도 뿌듯했습니다.
일상에서 다시 생각해보거나 친구들에게 지난 일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나도 그렇지만 다들 흥미를 가지고 들어주었습니다. 사실 하는 공부에만 집중해도 모자라는 형편인데, 산만한 내 성질을 추스르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조금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연극을 전공할 것이 아니고, 또 그렇다고 해도 모진 사정을 감내할 자신도 없는데 과연 내가 무엇을 하기 위해 관심을 갖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의미 있는 모든 것은 사사로이 다가왔었습니다. 마치 무엇인가를 말하기 위해 다가왔던 것들은 모두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렇다면 왠지 모를 이 막연함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월 24일 한얼 홈페이지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글을 올렸고, 3월 4일 한얼 극단으로 다시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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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7(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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