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얼의 연극을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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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박예울 (cd0409@hanmail.net) 추천: 127, 수정: 1, 조회: 962, 줄수: 26, 분류: Etc.
앞으로의 여정
 무언극은, 실험극은, 스스로 해석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돌이켜 보니, 무언극을 다섯편정도 본 것 같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극은 <기차>와 오늘 본 <거울 인형>.

사다리에 핀이 떨어져 있는데, 스산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눈을 감은 두 여자가 바닥을 구르면서, 마치 태어난 지 얼마 안된 강아지 처럼 바닥을 느끼며, 행동한다. 두 발로 서서 눈을 뜨고, 자신의 팔을 보고, 신기해 하고, 두 여자는 서로를 발견한다.

같은 생김새. 둘은 기뻐하지만 사다리를 발견하고, 휴대폰을 발견하고선, 실랑이가 시작된다. 더 높은 곳으로 오르면 오를 수록 행복해지는 서로를 가만히 바라봐주지 않는다. 자신이 올라가기 위해서, 다리를 당기고, 떨어지고, 넘어지고 구른다.

기괴한 울음같은 소리를 내며 울리는 휴대폰, 요상한 언어로 쉴 틈을 주지 않고, 통화하며 즐거워하는 여자. 그 전화기를 빼앗는 여자. 또 다시 시작되는 요상한 언어. 결국, 서로는 싸우며, 서로를 헐뜯고, 할퀴고, 상처를 준다.

액자틀 거울. 거울을 발견한 두 여자. 자신을 비춰보고, 사람을 비춰보고, 똑같이 따라해보고, 그러다 슬픈 표정으로 거울을 놓는다.

같은 곳으로 가는 사람들은 시기와 질투로 바쁘다. 서로에게 감정이 없다가도, 그 사람이 자신 보다 낫다고 생각하면, 질투는 시작된다. 그리고 말이 난다.

왜 높은 곳으로 같이 올라 갈 생각은 하지 않았던 걸까? 사다리는 같이 옮기면서, 두 사람이 오르기엔 충분한 넓이로 보였는데.. 왜 전화기를 양보하지 않는걸까.

거울 인형이라는 말. 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 인형이 스스로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일상적인 스치고 지나감엔 향기가 없다고 했다. 마음이 통하지 않는 만남에는 행복도, 즐거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바쁘고, 지겹고, 그런 만남 투성이다.

어쩌면, 타인에게서 내가 느낀 냉랭함이 다른 이에게도 똑같이 전달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상적인 가식을, 가면을 사회는 만들도록 한다. 하지만 그런 가식이, 가면이, 싫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고 싶지도 않다. 나 자신은 따뜻한 사람으로 느껴지고 싶다. 꼿꼿하게 자신의 마음을 지킬 줄 아는, 나와의 대화를 원해서 오는 사람에게 작은 공간이나마 열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차가움을 더 느끼게 될 것 같다. 만족못하는 생활이 계속되다보면, 인간은 피폐해져 비슷한 인간으로 변색되기 마련이다. 피곤해서, 지쳐서, 사람들에게 가면으로 대하는 모습. 진실된 마음은 저 안에 숨겨두고, 지극히 사무적인 마주침으로 하루 하루를 살게될 것이다.

만약, 내게도 그런 생활에 힘든 때가 온다면, 한얼 소극장에서 본 <거울 인형>을 떠올리고 싶다. 지금은 맑은 웃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지만, 힘들 때에 자신만의 방어벽을 얼굴에 드러내놓고 다니지 않도록, <거울 인형> 거울 인형이 되지 않도록, ^ ^...

추신: 오늘, 커튼 콜이 끝나고, 나누었던 대화. 잊지 못할 것 같네요. 네이버에 가입했어요. 제 이름은 박예울이랍니다. 예명이에요. ^ ^, 기대 이상이었던 작품이에요. 한얼 소극장. 그 곳에서 또 뵙기를..

2007. 3. 24. 토.
dus/삶이 소중한 한 사람이.../th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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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5(00:35)
CrazyWWWBoard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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