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 주일 예배후
밖에 햇살이 너무 좋아 커피를 들고
몇 분 집사님들과 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양팔을 벌리고 햇살을 맞으며
떠오른 시 한수가 있어 올립니다.
혼자 앞부분은 흥얼거리다
생각이 나서 전부를 구해 올립니다.

홈페이지 방문이 늦은 사과의 뜻도 겸해서

모두들 다 아시는
우리들 중학교 시절에 배웠던(맞나?)
너무나 유명한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입니다.

그때 그 시의 일부를 기억하다니
나도 정말 문학 소년이었나 봅니다. (^^자화자찬)
그 때 우리가 어떤 소년들이었는지...

그리고, 이 시를 이상화시인이 26살이었던
1926년에 지은 시인데
80년이 더 지난 지금도 기억되고 있으니
시인으론 더없는 영광이겠지요.

아무튼 오늘 아침에 눈도 오고
캐나다에 봄은 언제 올런지
오늘은 30년도 더된 그 때 배운 시 한수를 나눔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ㅡ이상화 (1901ㅡ1943)ㅡ



지금은 남의 땅 ㅡ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돌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소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기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접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 바라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젓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는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ㅡ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