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얼의 연극을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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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황현미 추천: 100, 조회: 591, 줄수: 23, 분류: Etc.
말이 필요없다...(표현)
등록자: 황현미 등록일: 2002년07월07일 04시25분30초 추천점수: 350


점수주기는 하루에 총 5회가능합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달라는 말에 첨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 공연은 뭔가 다르겠구나 하구 말이다. 우선, 한얼소극장은 처음 가봤는데 객석이랑 공연장이랑 경계라는 것이 없었다. 소극장의 장점이 바로 배우들의 숨소리까지도 느낄 수 있다는 건데 이 공연장은 그 이상이었다고 본다. 더 가까이에서, 더 빠져 들어서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조명이 꺼지고 검은 장막과 검은 천이 흐물흐물 자연스럽게 깔려있는 바닥 저 끝에서 사람의 손이 살아서 꿈틀거리며 조금씩 앞으로 나오며 모습을 드러낸다. 한쪽에서는 발도 보인다. 조금씩 조금씩 아주 천천히 손과 발이 나오고 네 명의 여배우들(정확히 말하자면 두명의 배우와 두명의 무용수라고 한다)이 등장한다. 아무말도 없이 음악이 흐른다. 음악이 세곡쯤 끝나고 누워서 이리저리 구르며 무언가를 열심히 몸으로 표현하던 배우들이 한명씩 천천히 일어선다. 그리고 다음사람, 또 다음 사람... 그리고 사라져버린다. 솔직히 처음에 몸동작들은 나에게 난해했다. 도대체 무엇을 표현하기 위한 몸짓인지 나로서는 어려웠다. 나름대로는 인간이 되려는 그 태초의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한다.
다시 음악과 함께 등장한 배우들... 그녀들은 사다리에 오르려고 한다. 계속해서 오르려고 할때마다 다른 누군가가 그녀의다리를 잡아서 끌어내린다. 혼자서 생각해 본 걸로는 세상 사람들의 욕망이 아니었나 싶다. 모든 사람들의 높은 곳을 지향하는 욕망말이다. 높은 지위, 높은 보수, 높은... 그런 높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올라가려하는 인간들의 욕망을 표현한 것이 사다리 아니였을까...
어둠 속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순간 놀랐다. 혹시 누군가가 핸드폰을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나의 뒷쪽에 있던 장난감 전화. 아무런 소리도 없이 입모양만을 짓던 배우들이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어떤 말(?)을 한다. 음성만이 있고 의미는 존재하는 것 같지 않는... 하지만 배우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갔다. 관객들에게 와서 자신의 맘을 이해해 달라고,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듯 보이는 행동들이 관객과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배우들이 네모난 거울(?)을 본다. 그 거울이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였는지는 명확히 알지 못하지만 그 장면을 통해서 정말 관객들과 하나된 공연을 이룰 수 있었다. 배우들과 관객이 눈을 맞추고 무언의 대화를 하고...^^ 정말 유쾌하게 웃었다.

나는 마임극이나 이런류의 공연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 공연은 정말 좋았다.
1. 앞에서도 말했지만 소극장에 턱도 없고 배우와 관객이 하나된 공연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땀을 보고 눈빛을 보고...
2.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났다. 어느 공연 못지않게 이 공연의 배우들은 정말 멋졌다. 몸 동작이나 손가락 움직임 하나까지도 말이다. 특히나 표정이 정말 다양했는데 다들 잘 소화해 내신 것 같다.
3. 음악과 움직임이 잘 어우러 졌다. 내가 좋아는 하지만 평소에 자주 듣진 않았던 그런 음악들이 공연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고 음악과 몸짓이 맞아 떨어졌다. 공연장에 가득 한 그 음악들...좋았다.

언어라는 것이 없다면 세상이 곧 멸망 할 듯이 이야기 되곤 한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는 우리가 흔히 하는 말들이 없이도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이 웃고 같이 진지하지기도 하고... 꼭 말이라는 것이 세상의 다인양 생각했었는데 꼭 그런 것만 같지도 않다.
그리고 처음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으면 공연관계자분께서 하나 하나 손수 치워주시고, 공연이 끝나고 나올때는 그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 작은 하나까지도 배려해 주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나에게 이 공연은 약간은 난해했지만, 정말 좋은 공연으로 기억될 것 같다.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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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7(19:20)
CrazyWWWBoard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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