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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주명 (daegustory@naver.com) 추천: 440, 조회: 4706, 줄수: 27, 분류: Etc.
천연기념물 2호는? - 도동 측백나무 숲
천연기념물 2호는?


대구광역시 동구 도동에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 1호 측백수림이 있다. 일찍이 서거정선생의 대구십경 중 제 육경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잠시 서거정선생의 시를 음미 해 보자.

第六景 : 北壁香林(북벽향림, 북쪽 절벽의 향나무 숲)

古壁蒼杉玉槊長(고벽창삼옥삭장) 옛 벽에 푸른 측백 옥창같이 자라고
長風不斷脚時香(장풍부단각시향) 그향기 바람따라 철마다 끊이지 않네
慇懃更着栽培力(은근갱착재배력) 정성들여 심고 가꾸기에 힘쓰면
留得淸芬共一鄕(유득청분공일향) 맑은 향 온 마을에 오래 머물리.

玉槊(옥삭) : 옥으로 된 창
淸芬(청분) : 맑은 향기, 깨끗한 德行

그런데도 어째서 내게는 북벽향림(北壁香林)을 수차례 다녀왔건만 그런 시흥(詩興)이 나오지 않는 걸까?

아마 2003년 초여름 이었으리라. 아는 분의 답사 회에서 “궁궐 속의 우리 나무” 저자로 널리 알려진 박상진 교수님을 모시고 청도와 자인으로 나무답사를 떠난다고 하기에 같이 갔었다. 그리고 답사의 말미에 자유롭게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때 이 풀리지 않는 의구심을 교수님께 여쭤 보았다.
“교수님, 도동에는 천연기념물 제 1호 측백수림이 있는데, 어떤 이유로 1호이며, 1호로써의 학술적 가치는 어떻게 됩니까?”
나름대로는 제법 거창한 질문이라 생각하며 의기양양해 할 즈음, 교수님께서는 답 대신 빙그레 웃기만 하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잠시 후,
“그럼, 자네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 2호는 아는가?”
“예!!?.......”
그리고는 다시금 교수님의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일제 강점기 천연기념물 지정이 시작되었으며, 그런 이유로 2호부터 7호까지는 북한에 있으며, 지금은 아마도 남북이 따로 천연기념물을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아니, 천연기념물에도 분단의 모습이 베여있단 말인가? 도대체 난 측백나무, 천연기념물을 알기나 하고 해설로 그 많은 사람을 대했던가? 그리고는 빨리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천연기념물 2호도 검색하고 관련 자료도 더 찾아봐야겠다며 다짐하고 그날의 답사는 마쳤다.

그 후, 바로 돌아와 천연기념물 제2호를 찾았는지 어땠는지는 아직 나의 기억에는 없다. 아마도 아직까지 모르는 걸 보면 잠시 미뤄둔 것이 지금까지 숙제를 안 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올 봄, 유난히도 꽃은 늦은 철이라 한밤마을(대율리)에 산수유 피었다는 소식에 단박에 달려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를 맞아 주는 건 돌담도 노란 산수유 꽃도 아닌 오래 된 측백나무가 아닌가? 어느 시인의 비유처럼 도승(道僧)이 합장(合掌)하고 있는 지라 화들짝 놀란 마음에 나는 절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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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8(10:56) from 118.91.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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