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만나는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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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주명 (daegustory@naver.com) 추천: 458, 수정: 3, 조회: 4619, 줄수: 18, 분류: Etc.
또 다른 불국토를 그리며 - 비슬산 용연사
비슬산(琵瑟山)이란 이름은 친근한 우리말 어감을 가져다주는데 한문으로 표시되는 글자를 보면 비파(琵)와 거문고(瑟)를 나타내니 그 뜻이 무척 궁금하기도 하다. 먼저 ‘비슬’의 소리로만 본다면 인도 신화에는 등장하는 ‘비슈느’신의 음역이라고 한다. 인도신화에는 기본적으로 삼신(三神)이 등장하는데, 브라흐마가 천지만물을 만들고 비슈느가 유지시키며, 시바가 파괴 시킨다는 것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비슈느신의 아홉 번째 화신이 부처이며, 열 번째의 화신은 미래 신으로서 모든 인류를 구원한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산의 모습이 마치 한 여인이 비파와 거문고를 타고 있는 형상이라는 말도 전해지니, 산은 이름을 만들고 이름은 또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오묘한 관계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비슬산은 팔공산과 마주보며 불국토의 또 다른 성지로 여겨졌으니, 일연스님을 비롯해 지금도 많은 사찰과 불교유적과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용연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 의미를 대신하면 어떨까?

용연사(龍淵寺)는 그 이름이 말해주듯 용의 연못, 즉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으며 주위 골짜기 마다 다양한 설화를 간직하고 있어, 현생에서 복을 구하는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엿 볼 수 있다. 그리고 용연사에는 여느 사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건축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돌로 만든 계단(戒壇)이다. 석조계단(石造戒壇)이라고 하며 지금은 보물 제539호로 지정되어 있다.

계단은 불가에서 수계(受戒)의식을 행하는 장소로써 양산 통도사의 금강계단(金剛戒壇), 김제 금산사의 방등계단(方等戒壇)과 함께 이곳 용연사에서 볼 수 있다. 계단은 보통 네모난 2층 석단(石壇)의 형태를 기본으로 하며, 그중 심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종모양의 부도를 안치해 놓는다. 계단은 처음 인도에서 유래하였으며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는 634년(선덕여왕 12년)에 신라의 자장율사가 당나라 종남산 운제사에서 불경과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와 양산 통도사에 계단을 만든 것이 시초였다.

용연사 석조계단 앞에 세워져 있는 ‘석가여래부도비’에는 조성경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통도사에 모셨던 두 함속에 들어있던 4 과의 사리를 임진왜란 때 왜적이 금강계단을 파괴하고 꺼내간 것을 사명당이 격문을 보내 회수해 들인 후, 서산대사를 찾아가 그 처분을 물었는데, 한 함은 태백산 보현사에 모시고, 한 함은 통도사로 돌려보내 다시 봉안토록 하였다. 그런데 사명대사의 입적으로 치악산  각림사에 남게 된 것을 그 후 청진스님이 원래의 뜻을 받들어 2과 중 1과는 통도사로 보내고 1과는 용연사에 봉안했다’

여기서 불교에 나타나는 용에 대하여 잠시 살펴보자. 법당의 기둥과 처마 아래, 법당안의 닫집, 천장, 벽, 그리고 기둥의 소맷돌 등에 주로 나타나는데, 흔히 불교에서 용은 ‘불국정토로 인도하는 사찰의 수호신’으로 비유되고 있다. 용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불교의 발상지인 고대 인도의 신화에 보면 뱀을 신격화 한 용신(龍神)이 등장하는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인도의 용신의 개념은 원래 코브라 중에서 가장 큰 킹코브라의 형상에서 생겨났다고 전한다. 용신을 그린 힌두교의 채색그림에는 하나의 몸체에 아홉 개의 머리를 우산처럼 펴고 있는 뱀이 등장한다. 또한 남인도의 마말라푸람의 석굴사원에 있는 부조상에도 비슈누신과 함께 용이 등장하는데, 역시 머리가 아홉 개 인 코브라의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뱀을 신격화한 인도의 용신은 불교의 성립과 함께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으로 수용되었으며, 그 당시 용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불교가 인도로부터 중국에 청착되는 과정에서 인도용의 모습을 벗고 중국 전통 용의 모습을 따르게 되었으며, 중국 불교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도 중국의 경우를 그대로 수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불교에서의 용신은 불법을 수호하는 천왕팔부중의 하나이기도 하며 극락왕생을 향해가는 반야용선으로 묘사되는데, ‘반야’는 ‘진리를 깨달은 지혜’를 일컫는 말이며 반야용선은 사바세계에서 피안의 극락정토로 건너 갈 때 타고 가는 상상의 배를 말한다. 우리가 법당의 처마아래에 용머리와 함께 반대편에 용미를 장식해 놓은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이는  용을 장식해 놓은 법당이 바라 반야용선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용연사는 청도군 각북면에서 달성군 가창면, 옥포면, 유가면까지 길게 뻗어 있는 비슬산에 자리하고 있으며, 용의 전설과 함께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 또한 비슬산은 만물을 유지시키는 전설적 신화의 비슈느 신의 땅이기도 하다. 이러한 신령스러운 곳에 용연사가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불교의 용은 부처님과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의 성격을 지닌 영물스러운 존재이다. 용은 그 무한한 능력으로 중생들을 피안의 세계인 불국정토로 인도하기도 하고, 그에 내재된 신통력이 부처님의 설법에 비유되기도 한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고 사찰의 수호신 용이 지키고 있는 이곳 ‘비슬산 용연사’야 말로 현실세계에서 고통 받는 많은 중생들에게 위로와 복을 가져다주는 피안의 세계로  만들려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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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8(10:48) from 203.175.5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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