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얼의 연극 일기

  작성자   : 허승준 (anthro2001@hotmail.com) 추천: 411, 조회: 1359, 줄수: 5, 분류: Etc.
허승준의 연극일기 7
3월 26일. 집에 일이 있어 2시 45분경에 오니, 한울이가 삼바를 추고 있었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한울이와 가람이, 해님이가 몸을 풀면서 서로 윗몸일으키기나 팔씨름을 하면서 놀았습니다. 1시간 후쯤 이건동 선생님께서 오시고, 저와 가은 씨는 파라솔에 앉아 관객을 기다렸습니다. 작년에 영어캠프에서 보조교사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 우리나라 어머니들과 영어교육의 문제에 대해 느꼈던 소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어제 미처 하지 못했던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연기’를 주문하셨습니다. 그래야지 반복으로 인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우리에게 공연장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연습장과 공연장은 공간상으로는 같을지 모르나 의미상으로는 다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관객과 소통하면서 관객의 입장에서 자신의 연기를 반추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곧 공연이고 연습인 것입니다. 제가 몇 달 전부터 유도를 배우는데, 관장님께서 아직 기술도 한 개 제대로 못하는 저를 대회에 내보내셨습니다. 저는 요행이라도 바랐으나, 역시 바로 한판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대회에 나가보니 도장에서 운동하던 것과 달리 ‘유도란 어떻게 하는 것이다’라는 일종의 감(感)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선수들과 그 격차가 너무 커서 좌절하고 말았지만요.
선생님께서는 배우들의 의견을 물어보셨습니다. 한울이는 조금 떨렸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자신감으로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라 씨는 지난주에 연습했던 새로운 연기를 시도해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해님이가 무대를 빠져나갈 때, 끝까지 주의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제가 봤을 때도 해님이가 빠져나갈 때 바깥의 불빛이 보이는 부분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전체적인 속도가 빨라졌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것은 빨라져야 할 부분에서 빨라졌다는 것과 느려져야 할 부분에서 빨라졌다는 것을 모두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야기 도중 한얼극단이 추구하는 최종적인 목표에 대해 여쭤보았습니다. 물질적인 가치를 목표로 삼지 않으시기 때문에 다른 어떤 정신적인 가치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자체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사회에서 인정하는 길과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그 끝에는 분명 내가 성공할 것이다 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다만 오늘만을 생각할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내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위해서 살며, 그 자체를 즐긴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사라 씨도 자신도 예전에는 내일에 대한 여러 가지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웠는데, 그것들을 버리니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요즘 불고 있는 재테크에 대한 기사를 보면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대학 오고 직장 다니려고 그 좋은 시절 마다하고 달려왔는데, 노후를 보장받으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은퇴하고 죽을 날만 기다릴 수 있는 것입니다. 돈 떨어지기 전에 죽을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말입니다. 저도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진정한 삶을 살고 싶은데, 무엇이 그것이고 욕심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네요.
공연을 대신해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가볍게 몸을 움직였습니다. 극단에 와서 처음으로 몸을 움직여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걷다가 쓰러지다가를 반복하다가 누워서 복식호흡을 편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어깨와 허리 등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였습니다. 긴장이 풀어지고 몸도 유연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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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1(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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