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얼의 연극 일기

  작성자   : 허승준 (anthro2001@hotmail.com) 추천: 428, 조회: 1448, 줄수: 5, 분류: Etc.
허승준의 연극일기 5
점심을 서둘러서 먹고 WBC 한ㆍ일전 야구를 뒤로한 채 지하철을 탔습니다. 다들 야구를 보고 있는지 지하철에도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2시쯤 한얼 극단에 도착하자 해님이가 파라솔에 앉아있었습니다. 한얼이와 가람이가 공연 준비를 위해 옷을 갈아입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같이 파라솔에 앉아있자 날씨가 따뜻해서 기분도 상쾌했습니다. 잠시 후에 같이 4시 반 공연 준비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청소를 하다가 나중에는 한얼이와 가람이는 몸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라 씨에게 독일 연극이 유명한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연극 관련 서적을 찾아보니 브레히트 등 독일 연극에 관한 책이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사라 씨는 독일에는 연극뿐만 아니라 클래식을 많이 향유하며 그만한 문화적 수용을 갖추고 있다고 했습니다. 유학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저도 유럽에서 공부할 생각을 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보지 못했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학 역시 주류는 미국입니다. 그렇지만 시초는 영국이며 프랑스에서도 레비 스트로스가 주창한 구조주의 같은 나름대로의 이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유럽에서 꼭 공부하거나 일하고 싶은 바람을 가져봅니다.
오늘은 ‘기억해봐’의 음향과 조명을 중심으로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언제 음악이 들어가고 소리는 얼마나 커야하며 어떻게 나와야하는지 등에 따라 느낌의 차이가 굉장히 달랐습니다. 조명도 색깔과 밝기에 따라서도 그렇고요. 배우들은 여기에 맞는 연기를 찾기 위해 다시 연습했습니다. 영화잡지에서 아무리 배우라도 자기들이 아는 사람들 앞에서는 연기하기 어렵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배우들이 그렇지 않고 자기 모습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끝까지 연습하였습니다.
다음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관객을 맞이하러 나갔습니다. 오후에는 날씨가 따뜻했는데, 아직 저녁이 되면 쌀쌀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건물 안에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의 휴대전화 컬러링 이야기에서부터 외부여자(?)가 좋다는 해님이의 솔직한 고백까지. 그리고 다음에 영화도 같이 보러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무대로 내려가자 이건동 선생님께서 오늘은 일요일이고 또 오후부터 고생했으니 일찍 마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토요일보다 일요일이 공연이 더 많으니 피곤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연기하는 배우들도 있는데, 이런 내색하면 안 되겠죠. 끝으로 선생님께서 가은 씨와 사라 씨에게 좋은 연기와 나쁜 연기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한얼이와 가람이, 해님이에게 가은 씨와 사라 씨가 말한 내용을 다시 대답하게 하였습니다. 먼저 좋은 연기론에 대해서는 아직 무엇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연기론 자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배우 문소리의 연기를 인상적이라고 여긴다면 어느 정도 대신해서 표현이 될까요? 저는 그녀가 가장 '섹시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다른 여배우들처럼 관능적인 외모나 몸매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가장 소아마비 같고 바람난 아내 같고 억척스러운 아줌마 같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연기를 온전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예를 들어주신 포르노그래피에서 황홀해하는 배우의 연기와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다음으로 한얼이와 가람이, 해님이에게는 '리마인드(remind)'를 바라신 것 같습니다. 들어서 이해하는 것과 이해해서 말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죠. 저도 이런 작업이 귀찮을 때가 많습니다만,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인 것 같습니다.
연극일기를 바로 쓰지 않고 며칠 뜸을 들였다가 쓰니까 이해되기는커녕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역시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부터는 간단한 메모를 하면서 수업에 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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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5(16:12)
CrazyWWWBoard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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